- 이백일흔한 번째 이야기
2015년 9월 10일 (목)
책 읽는 이유
독서는 장차 진리를 밝혀 현실에 적용하려는 것입니다. 

讀書 將以明夫理而措諸事也 
독서 장이명부리이조저사야

홍대용(洪大容, 1731~1783) 
 『담헌서(湛軒書)』 외집(外集) 권1 「항전척독(杭傳尺牘)」 
 「엄철교에게 준 편지[與鐵橋書]」





  1765년 동지사의 서장관으로 중국에 가는 홍억(洪檍)은 아직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조카를 수행 군관으로 데리고 갑니다. 조카는 북경에 도착하여 여러 곳을 견학하고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그간의 여행을 기록한 『연기(燕記)』를 지었습니다. 또 어머니를 위해 한글로 『을병연행록』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이 조카는 바로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담헌 홍대용입니다. 


  담헌은 천체 관측기구인 혼천의를 제작하고 수학이론서인 『주해수용』을 저술하기도 할 정도로 과학기술에 대해 남다른 이해와 관심을 보였던 분입니다.

  담헌은 북경에 머물면서 유리창이나 원명원 등 명소를 방문하기도 하고 천주교당에서는 서양 신부들과 대화하며 천문학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과거시험을 위해 북경에 머물고 있던 항주 출신의 육비(陸飛), 엄성(嚴誠), 반정균(潘庭筠) 세 사람과 형제의 의를 맺을 정도로 친해졌으며, 이후 조선에 돌아와서도 북경으로 가는 사신 편에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교우를 이어갔습니다. 훗날 이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당시 필담을 나누었던 글을 모아 3권으로 정리하였는데 현재 『담헌서』에 「항전척독」이라는 제목으로 남아 있습니다.


 윗글은 세 사람 가운데 담헌이 가장 마음을 주었던 엄성에게 보낸 편지글의 일부입니다. 담헌은 편지글 첫머리에 가을 날씨에 편안한지 안부를 묻고 독서에 대해 서술을 해 나갑니다. “독서는 장차 진리를 밝혀 현실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독서가 끝난 뒤에는 곧 이것을 실행하여야 하는 큰 일이 있다”고 하여 공부란 책을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담헌은 실천의 중요함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



 “원행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글이라는 것은 일부의 노정기요, 행이라는 것은 말을 먹이고 수레바퀴에 기름칠하여, 노정기를 살피어 몰고 또한 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은 잡아매 놓고 수레는 손질만 하여 몰지도 달리지도 않고, 오직 골똘히 노정기만 강론하고 있으니, 멀리 가려는 계획이 끝내 성공할 날이 없는 것은 이 까닭입니다.[有人欲作遠行 書者一部路程記也 行者秣馬脂車 按記而驅且馳者也 惟縶馬理輪 弗驅弗馳 切切焉惟記之是講 所以行邁之謀 終無潰成之日也]”


  엊그제는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백로(白露)였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듯이 왠지 가을에는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원행을 하기 위해서는 노정기를 살피고 수레를 준비해야 한다는 담헌의 비유처럼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 위한 준비로 책장에 넣어 두었던 책을 꺼내어 읽어 보는 것은 어떨지요.


글쓴이 : 이정욱(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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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聖枝: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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