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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의 기적

성지 2010. 6. 21. 22:14
†  이탈리아 란치아노 마을의 성체의 기적


△ 수정 성작안에 모셔놓은 성체와 성혈



성체 조배 드리는 순례객들  ▷




세계 교회 신앙유산 순례 - 이탈리아 란치아노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
 

사진 글 · 이민숙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하면서 역사상 첫 번째 성체 기적이 일어났다는 란치아노를 방문할 수 있음은 큰 기쁨이었다. 산 조반니 로톤도를 순례하고 늦은 오후 란치아노에 도착하여, 여느 도시처럼 즐비한 건물들 사이로 조금 걸으니 성 프란치스코 성당이 보였다.


미사성제 때 사제의 한 말씀으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성체와 성혈이 되고, 그 안에 예수님이 현존하심을 믿어왔지만, 실체 변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고 하니 작은 떨림이 밀려왔다.


기적이 일어난 당시, 이 성당은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창으로 찔렀던 로마군의 백부장, 성 론지노(이 도시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에게 봉헌한 초라한 시골 성당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역시 어디에서 촬영해도 초점거리가 가까워 전체를 다 담기는 어려울 정도로 아주 작은 성당이다.


마침 그곳에 머무는 한국인 수사가 친절히 안내해 주었는데 성체가 모셔진 감실은 기적이 일어났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란치아노의 신자들은 그 기적의 진실성을 굳게 믿었으며 외양이 변화된 성체를 매우 소중하게 여겨 깊숙이 보관해 왔다. 그것이 오랫동안 이 사건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의심에서 생겨난 성체 기적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인 8세기경 동방 가톨릭 교회 성 바실리오회 수사신부가 예수님께서 성체 성혈에 실제로 현존하시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신부가 미사를 드리면서 빵과 포도주의 축성을 마치는 순간 눈앞에서 제병은 실제의 살로 변하고 포도주는 실제의 피로 변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것을 본 신부는 너무나 놀라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뒤로 돌아 미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며, 신자들은 제대로 나와 성체와 성혈을 경배하고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였다.


이 기적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퍼져나갔으며, 1574년 이래 여러 차례 관할 주교들의 조사가 이루어졌고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1970년과 1971년 사이에는 성당을 맡고 있던 수사신부들의 요청에 따라 기적의 성체와 성혈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하게 되었다. 1970년 11월 18일에 란치아노의 페란토니 대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성체 20mg 정도와 성혈 318mg을 채취하여, 해부학, 병리 조직학, 화학 및 임상 현미경학 교수이며 아레조 병원의 수석 의사였던 오도아르도 리놀리 박사가 시에나 대학교의 인체 해부학 교수였던 로저 베르텔리 교수의 도움을 받아 3개월간 조사를 하였는데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성체 기적의 성혈은 참으로 피이며, 성체는 참으로 살이다. 2. 그 살은 심장의 근육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3. 그 살과 피는 인간의 살과 피이다. 4. 피와 살의 혈액형은 동일하다. 이것은 그 피와 살이 동일인으로부터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나 혈액형이 같은 두 사람으로부터 왔을 수도 있다. 5. 피 안에서는 정상적인 피에서와 같은 정상적인 비율의 단백질들이 발견되었다. 6. 피에서는 또한 염화물, 인, 마그네슘, 칼륨, 정상보다 약간 적은 양의 나트륨, 그리고 정상보다 많은 양의 칼슘이 발견되었다.


또한 교수는 이 살이 인간의 심장으로부터 해부적으로 잘라온 것일 가능성은 전무하며, 그 살과 피를 보존하려고 화학적인 방부 조처를 취한 흔적은 없고, 살과 피 안의 단백질과 무기물들이 대기와 미생물의 영향에도 부패되지 않고 보존된 것은 절대적으로 예외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1973년에 의사이며 생물학자인 요셉 비온디니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리놀리 교수의 검사 결과를 제출하였고 세계보건기구는 이 보고서의 특별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일곱 나라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리놀리 교수의 분석 결과를 조사하도록 하였다. 핵의학 등 최첨단의 기술이 동원되었던 15개월의 조사 끝에 세계보건기구 과학위원회는 리놀리 교수의 결론을 확인하고 그들의 보고서를 세계보건기구의 공식 출판물에 실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란치아노의 성체 기적은 “유래가 없는 사례”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단정적으로 선언하였다고 한다.


 
사랑 안에서 드러나는 신비


바실리오회 수사들은 이 성당에서 1176년까지 봉사하였고, 그 후에는 베네딕토회 수사들이 와있었는데, 1252년에 키에티의 란둘프 주교가 꼰벤뚜알 프란치스꼬회에 성당을 맡긴 이후 지금까지 맡고 있다. 성당은 1258년에 고딕 양식으로 재건하여 성 프란치스코회 성당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1700년에 바로크 양식으로 개조하여 현재까지 그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기적의 성체는 기념 제대 위에 보존되어 있는데, 성체는 12세기가 지난 지금도 살 모양을 유지하고 있고, 수정 성작 안에 담겨있는 성혈은 다섯 개의 핏덩이로 남아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5-57).


제대로 나아가 성체 성혈을 뵙는 순간, 이 말씀이 뇌리를 스치고 내 안에선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사랑으로만 설명이 가능하고, 사랑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에만 이해가 가능한 신비를 몸소 드러내심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고귀한 선물이요 부르심일 것이다. 순례를 마치고 성당을 나오니 밤하늘이 유난히도 아름다워 보였다.


의심하는 한 신부를 통해 이러한 기적이 일어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까? 깨닫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실격자입니다.”(2코린 13,5)라는 성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부활하여 하늘에 오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 마칠 때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 영혼 안에 참으로 현존하신다는 점일 것이다.


내 안에 계신 예수님, 그대 안에 계신 예수님, 찬미 찬송 받으소서. 아멘.

이민숙 미카엘라/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며, 수원교구가톨릭사진가회 회장으로 있다. [경향잡지, 200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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