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맞이하며



나의 끝에 나의 시작이 있다.”


                             - 토머스 머튼 -

태초에는 텅 빈 무()였고, 이름 없는 것이었다.

그 이름 없는 것 안에 하나가 있었으니

몸체도 없고 형체도 없었다.

이 하나,

그로부터 모든 것이 생겨날 기운을 얻는 이 존재가

생명이다.

생명으로부터 형체 없는 것, 나뉘지 않은 것이 나온다.

이 형체 없는 것의 작용으로 만물이 생겨나,

각각의 내적 원리를 따르니,

이것이 형체이다.

여기서 몸체는 영을 품고 간직한다.

이 둘은 하나로 작용하여

그 특징을 혼합하고 펼쳐간다.

하여 이것이 본성이다.


하지만 본성에 순종하는 자는 형체와 형체 없음을 통해

생명으로 되돌아가가고,

생명 속에서 시작 없는 태초에 결합한다.


이 결합은 같아짐이고

같아짐은 공()이며

()은 무한이다.

 

새는 부리를 열고 지저귀며

그런 후에 부리가 합쳐지면 다시 침묵으로 돌아간다.

하여 본성과 생명은 공() 속에서 다시 만난다.

마치 노래를 부른 후에

새의 부리가 닫히는 것처럼.

하늘과 땅은 시작 없음에서 합쳐지나니

모든 것이 어리석음이고, 무지이며,

멍청이의 등불 같고, 마음을 여윈 것이다.

이에 순종함은

부리를 닫는 것이며

시작 없음으로 드는 것이다.

 

토머스 머튼 (1915~1968) 가톨릭 트라피스트회 신부이자 작가, 평화 운동가였다. 엄격한 금욕주의 전통을 지닌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신부이며, 37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긴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평생 은수자(隱修者)의 삶을 갈망했어도 달라이 라마를 포함해 전 세계의 종교가와 철학자, 예술가들과 폭넓게 교류했다.

나중에 가톨릭을 뛰어넘어 동양 종교까지 관심을 넓혔다선불교에 심취했고특히 장자를 좋아하여 1965장자의 도()라는 책을 출간했다1960년대 핵전쟁의 위협이 거세지고 미국 내에서 인종 갈등이 심해지는 세계적인 파국으로 치닫던 때에 핵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기고하고인도 콜카타에서 열린 세계 종교 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하나이며우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본디 그대로의 우리임을 호소하는 등 평화를 위해 힘썼다.

1941년부터 27년 동안 미국 켄터키 겟세마니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 자전적 고백록인 칠층산, 명상의 씨앗, 요나의 표징같은 저작을 내놓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철저한 고독 속에서 내면을 수련해 나갔.


Posted by 聖枝: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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