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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본문

한시(漢詩) & 사(詞)

성지 2012. 2. 13. 11:58
2012년 1월 26일 (목)

봄비 보슬보슬 방울지지 않더니
밤 되자 은은하게 소리 내는구나
눈 녹아 앞 시냇물 불어날 테고
풀싹들도 얼마쯤 돋아나겠지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雪盡南溪漲
多少草芽生

 

 

- 정몽주(鄭夢周 1337-1392)
〈봄[春]〉
《포은집(圃隱集)》

  봄비 내리는 모습을 통해 만물이 부활하는 봄의 도래를 기대한 시이다. 기승구(起承句)에서는 방울조차 지지 못하고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밤이 되어 작게나마 소리를 낼 만큼 굵어진 빗방울의 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만물이 잠든 시간, 아직 깨어 있던 시인의 귀에 들리는 은은한 빗소리. 어쩌면 이는 고요한 밤에 미처 잠들지 못했던 시인이기에 들을 수 있었던 소리일 수 있다. 낮에는 그저 보슬비로만 감지되던 비가, 모두가 잠든 늦은 밤에서야 비로소 소리까지 감지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이를 ‘세부적(細不滴)’이란 시각적 묘사와 ‘미유성(微有聲)’이란 청각적 묘사의 대비를 통해 낮에서 밤으로의 시간 경과에 따른 빗방울 강도의 세기로 묘사해 내고 있다. 그리고 전결구(轉結句)에서는 굵어진 빗방울의 소리만큼이나 분명해진 계절적 변화를 느끼고 곧 맞이하게 될 봄날을 상상하게 된다.

  새해는 늘 소망과 새출발의 상징이었다. 봄비가 예고하는 계절적 변화만큼이나 다양하고 중대한 변화가 예감되는 시기이다. 무수한 말이 범람할 것이다. 그 소요 속에서 시비(是非)를 가리는 일은 온전히 우리 몫이다. 2012년, 새해의 상징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글쓴이 : 장미경(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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