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백일흔세 번째 이야기
2015년 10월 8일 (목)
많은 수확을 바란다면
듬성듬성 심으면 창고를 채우고
촘촘하게 심으면 마당을 채울 뿐이다. 

疎者充廩 密則充場 
소자충름 밀즉충장

이익(李瀷 1681~1763)의『성호사설(星湖僿說)』권12 「인사문(人事門)」 
 「추수만과(秋收萬顆)」에 실려 있다.




  
  윗글은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당(唐)나라 때 시인 섭이중(聶夷中)의 전가시(田家詩) 중 일부 내용을 가지고 「추수만과」라는 글을 지으면서 마지막에 농요(農謠)의 “듬성듬성 심으면 창고를 채우고 촘촘하게 심으면 마당을 채울 뿐이다.”라는 말을 인용한 것으로, 이를테면 열매가 성숙한 것은 창고에 들어가고 그렇지 못한 나머지는 다 마당에 버린다는 것이다. 

  섭이중의 시 첫머리 “봄에 조 한 알을 심으면 가을엔 만 알의 씨를 거두네.[春種一粒粟 秋收萬顆子]”라는 구절을 두고, 이익은 조라면 혹 알이 매우 작으니 한 알이 만 알이 될 수도 있겠지만, 벼는 이렇게 많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우연히 농장에 갔다가 어떤 사람이 뜰 밑 비옥한 땅에 벼 싹 한 개를 길렀는데 그것이 무성하게 자라 다 익은 것을 보았다. 몸소 가서 세어보니, 이삭이 모두 74개이고 이삭마다 백 알이 넘어 도합 8천 알 남짓이나 되었다. 이것을 가지고 볼 때 섭이중의 시에 만 알이라고 한 것이 헛된 말이 아니었고, 지금 사람들이 많이 심어서 적게 수확하는 것은 대개 사람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만일 알맞은 기후를 얻은 데다가 사람의 힘을 더한다면 한 알의 씨에서 만 알의 수확을 얻지 못할 리가 없을 것이다.

  농서(農書)에는 ‘깊이 갈아서 촘촘하게 심고 일찍 심어서 김을 자주 매는 것[深耕密揷 早種數耘]’을 중요한 일로 삼는다. 그러나 촘촘하게 심으면 싹이 번성하지 못할 것이니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앞서 말한 그 74개의 이삭이 촘촘하게 심어서 그렇게 된 것이겠는가? 

  높아진 하늘과 오색으로 물드는 나뭇잎을 보며 가을이 깊어 감을 느낀다. 오늘은 24절기 중 한로(寒露)이다. 이즈음은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인 때이다.

  많이 거두고자 많은 씨를 뿌린다고 성숙한 열매가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솎아 내고 가지나 꽃을 쳐주는 과정이 있어야 튼실한 열매가 많이 달리는 법이다. 식물도 이러하니 사람의 일은 어떠하겠는가? 나는 여태껏 살면서 어떤 결실을 맺었을까 이 가을에 한번 생각해 본다.

 

글쓴이 : 서인숙(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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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聖枝: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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